원고시대 : 반고, 여와, 신예, 상아

중국사를 순서대로 기술해보면, 먼저 중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원고시대가 있다. 참고로 <사기>를 쓴 사마천은 원고시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만들어진 이야기로 간주하고 '오제'부터 중국의 실제 역사의 시작이라 봤다. 

 

1. 원고시대

반고

노란 물질과 파란 물질이 섞여 있던 1만 8천년, 반고라는 아이가 껍질을 3,4번 치고 키가 커지며 하늘과 땅의 거리를 9만리 가까이 늘렸다.반고가 죽고나서 그의 입김은 하늘의 구름, 고함은 천둥, 눈알은 태양과 달, 별이 되었다. 피는 바다, 뼈는 산맥, 털은 나무와 풀이 됐다. 반고가 천지를 창조한 것이다. 

여와

여와는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 물의 신 공공과 불의 신 축융 사이의 갈등으로 부주산이 무너지고 홍수가 났을 때, 여와는 홍수로 범람한 물을 퍼내고, 하늘을 메꾸고 거북이의 다리를 얻어 사방의 땅을 고쳤다. 이런 과정에서 서고동저의 중국 지형이 완성됐다.

 

신예, 상아

천제한테 10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리가 3개 달린 황금새로 태양이라 불렸다. 수억만 년 동안 교대로 오차도 없이 계속 하늘을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10명의 아들들은 장난삼아 한꺼번에 하늘에 떠올랐다.

 

이에 하늘과 땅이 펄펄 끓어 세상은 불바다가 되었고 생물은 살 수가 없고 농작물은 모두 불타버렸다. 이 틈을 타 땅속, 물속에 살고있던 괴조, 요괴 등의 괴물들이 나와 인간을 잡아먹는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성왕인 요가 천제에게 이 재앙들을 해결해달라 부탁한다. 천제는 천신들 중 예에게 인간을 도와주란 명을 내린다. 신예는 그렇게 아내 상아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와 황금새 사냥을 시작한다. 신예가 9개의 태양을 화살로 쏴죽이자 요왕은 태양을 다 죽일까 걱정되어 화살 1개를 숨겨버린다. 다행히 한 개의 태양은 남게된다.

9명의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천제는 크게 분노해 신예에게 신 자격을 박탈한다. 신예, 상아 부부는 배고픔에 시달리고 늙으면 죽는 한낱 인간이 되어버린 거다. 신예는 다시 신이 되기 위해 곤륜산 서왕모를 찾아가 불사약 2개를 받아온다. 1개를 먹으면 불사의 몸이, 2개를 먹으면 신이 된다는 약이다. 

 

(참고로 서왕모는 지리서 및 신화집인 '산해경'에 따르면 서방 곤륜산에 살며 인간 얼굴에 호랑이의 이빨, 표범의 털을 지닌 신인(神人)이라 되어있지만 일반적으론 불사의 약을 가진 선녀로 전해진다.) 

 

상아는 신이 되고싶어 남편이 잠든 틈을 타 2개의 약을 혼자 다 먹어버린다. 천제는 이런 상아를 달에 가두어 두꺼비로 만들어버린다.